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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5일 금요일

소나기

소설의 암시와 복선
암시 : 넌지시 알림, 또는 그 내용, 뜻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법

복선 : 소설 속 인물의 대사나 행동또는 소재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소설 구성상의 장치

복선의 효과 :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사건 전개에 필연성을 부여함.

(가)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소년 - 소극적이다]

(가) 소년과 소녀의 만남

(나) 징검다리에 앉아 계속 물장난을 치는 소녀

(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조약돌 - 소년에 대한 소녀의 관심]

[소녀 : 적극적]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향토적 분위기]
[간결체]

(다) 소녀가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짐.

(라)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됬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쪽 갈밭머리에서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가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소녀에게 관심있는 소년]

(라)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주머니에 집어넣는 소년

['조약돌'의 역할 : 소년과 소녀를 이어 주는 매개체]

(가)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소녁 먼저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밭이었다. / 수숫단을 세워 놓은 밭머리를 지났다.
 "저게 뭐니?" / "원두막." / "여기 참외, 맛있니?"
"그럼. 참외 맛도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
"하나 먹어 봤으면."
소년이 참외 그루에 심은 무밭으로 들어가, 무 두 밑을 뽑아 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개 건넨다. 그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먼저 대강이를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쩍 깨문다.

[소년의 적극적 변화]

소녀도 따라 했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 "아, 맵고 지려." / 하고 집어던지고 만다.
"참, 맛없어 못 먹겠다." / 소년이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소녀와 친해지고 싶은 소년의 마음]

(가) 무를 먹으며 더욱 친해지는 소년과 소녀

(나) 산이 가까워졌다. / 단풍잎이 눈에 따가웠다. "야아!" /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그런데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곷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녀는 / "하나도 버리지 마라."

(나) 꽃을 꺽어 소녀에게 주는 소년

(가)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뜩선뜩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소나기

(나)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몸이 연약한 소녀]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그러고는 안고 온 꽃묵음 속에서 가지가 꺾이고 꽃이 일그러진 송이를 골라 발밑에 버린다.

[소년 : 적극적
 소녀 : 소극적]

[불행한 미래를 암시]

(나) 원두막에서 비를 피하는 소년과 소녀

(다)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녀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괞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 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망그러졌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다) 수숫단 속에서 함게 비를 피하는 소년과 소녀

(라)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 하늘은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라) 소녀를 업고 도랑을 건너는 소년

(가)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저, 서당골 윤 초시 댁에 가신다. 제사상에라도 놓으시라고......"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 수탉으로......"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인마,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다."
소년은 공연히 열쩍어, 책보를 집어던지고는 외양간으로 가, 쇠잔등을 한 번 철썩 갈겼다. 쇠파리라도 잡는 체.

(가) 소녀네 집에 얼룩 수탉을 가져자기를 바라는 소년

(나)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알을 만지작 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곷을 휘어 꺾고 있었다. / 그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섣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 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다)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 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 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선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다) 소녀의 죽음과 유언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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