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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5일 금요일

학마을 사람들 - 이범선

6.25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것
1. 인명 피해
2. 경제적 피해
3. 적대감과 보복
   - 남한군은 북한과 관련된 자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였고, 북한군은 남한과 관련된 자들을 '반동분자'로 몰아 죽였다. 전선이 바뀔 때마다 서로에 대한 보복이 계속되었다.
4. 분단의 고착
   -임시로 나뉜 38선은 휴전선으로 굳어지고, 남북한 적대감정이 높아졌고, 남북분단은 현실로 굳어져 갔다.

소설의 배경
 :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사회적 배경
소설에서 배경의 역할
1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사실성 부여함.
2 사건 전개의 현장감과 필연성 부여함.
3 작품의 분위기 형성, 주제를 드러냄.
4 인물의 심리에 영향을 줌.
5 사건 전개 방향을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

[학]



(가) 삼팔 접경의 이 북쪽 마을은 드높이 개인 가을 하늘 아래 한껏 고즈넉했다.
주인 없는 집 봉당에 흰 박통만이 흰 박통을 의지하고 굴러 있었다. / 어쩌다 만나는 늙은이는 담뱃대부터 뒤로 돌렸다.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멀찌감치서 미리 길을 비켰다. 모두 겁에 질린 얼굴들이었다. / 동네 전체로는 이번 동란에 깨어진 자국이라곤 별로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자기가 어려서 자란 옛 마을은 아닌 성싶었다.

[시간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 : 6.25 전쟁 당시의 남북한 이념 대립과 갈등을 보여주려고 설정함, 남북으로 분단된 민족의 상처를 상징함.]

(가) 동란을 겪고 나서 뒤숭숭한 마을의 분위기

(나) 밤나무 기슭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성삼

(다) 임시 치안대 사무소로 쓰고 있는 집 앞에 이르니, 웬 청년 하나가 포승에 묶이여 있다.
이 마을에서 처음 보다시피 하는 젊은이라, 가까이 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깜짝 놀랐다. 바로 어려서 단짝 동무였던 덕재가 아니냐.
천태에서 같이 온 치안대원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농민동맹 부위원장을 지낸 놈인데 지금 자기 집에 잠복해 있는 걸 붙들어 왔다는 것이다.
성삼이는 거기 봉당 위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다) 포승에 묶인 덕재를 발견한 성삼

(라) 덕재를 청단까지 호송하기로 되었다. 치안대원 청년 하나가 데리고 가기로 됐다.
성삼이가 다 탄 담배꼬투리에서 새로 담뱃불을 댕겨 가지고 일어섰다.
"이 자식은 내가 데리구 가지요."
덕재는 한결같이 외면한 채 성삼이 쪽은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라) 덕재의 호송을 자처하는 성삼

(마) 동구 밖을 벗어났다. / 성삼이는 연거푸 담배만 피웠다. 담배 맛은 몰랐다. 그저 연기만 기껏 빨았다 내뿜곤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덕재 녀석도 담배 생각이 나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어른들 몰래 담 모퉁이에서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우던 생각이 났다. 그러나 오늘 이깟놈에게 담배를 권하다니 될 말이냐/

[성삼이는 덕재를 적대시한다.]

(마) 덕재를 호송하며 갈등하는 성삼 (내적 갈등)

[담배가 성삼의 심리가 불안함을 보여줌]

현실 중심 작품 해석 : 성삼과 덕재의 대립과 갈등은 남과 북의 분단이 가져온 이념의 대립.

(가) 한번은 어려서 덕재와 같이 혹부리 할아버지네 밤을 훔치러 간 일이 있었다. 성삼이가 나무에 올라갈 차례였다. 별안간 혹부리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엉덩이에 밤송이가 찔렸다. 그러나 그냥 달렸다. 혹부리 할아버지가 못 따라올 만큼 멀리 가서야 덕재에게 엉덩이를 돌려댔다.
밤 가시 빼내는 게 더 따끔 거리고 아팠다. 절로 눈물이 찔끔거려졌다. 덕재가 불쑥 자기 밤을 한 줌 꺼내어 성삼이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성삼이는 새로 불을 댕겨 문 담배를 내던졌다. 그러고는 이 덕재 자식을 데리고 가는 동안 다시 담배는 붙여 물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마음이 점점 풀려가는 성삼이]

(가) 덕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갈등하는 성삼.

(나) 고갯길에 다다랐다. 이 고개는 해방 전전해 성삼이가 삼팔 이남 천태 부근으로 이사 가기까지 덕재와 더불어 늘 꼴 베러 넘나들던 고개다.
성삼이는 와락 저도 모를 화가 치밀어 고함을 질렀다. / "이 자식아, 그동안 사람을 멫이나 죽였냐?"
그제야 덕재가 힐끗 이 쪽을 바라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거둔다. / "이 자식아, 사람 멫이나 죽였어?"
덕재가 다시 고개를 이리로 돌린다. 그러고는 성삼이를 쏘아본다. 그 눈이 점점 빛을 더해 가며 제법 수염발 잡힌 입언저리가 실룩거리더니, / "그래 너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 봤니?"
이 자식이! 그러면서도 성삼이의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 막혔던 무엇이 풀려 내리는 것만 같은.

[안도감]

(나) 덕재의 결백의 확인하는 성삼.

(다) 덕재를 추궁하는 성삼

(라) 덕재는 그냥 외면한 채,
"변명은 할려구두 않는다. 내가 제일 빈농의 자식인데다가 근농꾼이라구 해서 농민동맹 부위원장 됐든게 죽을죄라면 하는 수 없는 거구, 나는 예나 이제나 땅 파먹는 재주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념 X    그냥 받아서 함]
그리고 잠시 사이를 두어, / "지금 집에 아버지가 앓아누웠다. 벌써 한 반년 된다."
덕재 아버지는 홀아비로 덕재 하나만 데리고 늙어 오는 빈농꾼이었다. 칠 년 전에 벌써 허리가 굽고 검버섯이 돋은 얼굴이었다.

(라) 임무가 아니라 앓아누운 아버지를 위해 남은 것이라 말하는 덕재

(가) "장간 안 들었냐?" / 잠시 후에, / "들었다." / "누와?" / "꼬맹이와."
아니 꼬맹이와? 거 재미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땅 넓은 줄만 알아, 키는 작고 똥똥하기만 한 꼬맹이. 무던히 새침데기였다. 그것이 얄미워서 덕재와 자기는 번번이 놀려서 울려 주곤 했다. 그 꼬맹이한테 덕재가 장가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 애가 멫이나 되나?"
"이 가을에 첫애를 낳는대나."
성삼이는 그만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 제 입으로 애가 몇이나 되느냐 묻고서도 이 가을에 첫애를 낳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우스워 못 견디겠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작은 몸에 큰 배를 한 아름 안고 있을 꼬맹이.

(가) 덕재가 꼬맹이에게 장가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성삼

(나) 그러나 이런 때 그런 일로 웃거나 농담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으며, "하여튼 네가 피하지 않구 남아 있는 건 수상하지 않어?"
"나두 피하려구 했었어. 이번에 이남서 쳐들어오믄 사내란 사낸 모주리 잡아 죽인다구 열일곱에서 마흔살까지의 남자는 강제루 북으로 이동하게 됐었어. 할 수 없이 나두 아버질 업구라두 피난 갈까 했지. 그랬드니 아버지가 안 된다는 거야.
농사꾼이 다 지어 놓은 농살 내버려 두구 어딜 간단 말이냐구. 그래 나만 믿구 농사일루 늙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눈이나마 내 손으로 감겨 드려야겠구, 사실 우리같이 땅이나 파먹는 것이 피난 간댔자 별 수 있는 것두 아니구......"


(나) 덕재가 피하지 못한 이유를 확인하는 성삼

(다) 지난 유월달에는 성삼이 편에서 피난을 갔었다. 밤에 몰래 아버지더러 피난 갈 이야기를 했다. 그때 성삼이 아버지도 같은 말을 했다. 농사꾼이 농사일을 늘어놓구 어디루 피난 간단 말이냐. 성삼이 혼자서 피난을 갔다.
남쪽 어느 낯선 거리와 촌락을 헤매 다니면서 언제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늙은 부모와 어린 처자에게 맡기고 나온 농사일이었다.
다행히 그때나 이제나 자기네 식구들은 몸 성하게 있다.

(다) 혼자서 피난 갔던 일을 떠올리는 성삼

(라) 고갯마루를 넘었다. 어느새 이번에는 성삼이 편에서 외면을 하고 걷고 있었다. 가을 햇볕이 자꾸 이마에 따가웠다. 참 오늘 같은 날은 타작하기에 꼭 알맞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라) 덕재를 외면하며 걷는 성삼

(가) 고개를 다 내려온 곳에서 성삼이는 주춤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쪽 벌 한가운데 흰 옷을 입으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고 섰는 것 같은 것은 틀림없는 학 떼였다. 소위 삼팔선 완충 지대가 되었던 이곳.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그동안에도이들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가) 학 떼를 발견한 성삼

(나) 지난날 성삼이와 덕재가 아직 열두어 살쯤 났을 때 일이다. 어른들 몰래 둘이서 올가미를 놓아 여기 학 한 마리를 잡은 일이 있었다. 단정학이었다. 새끼로 날개까지 얽어매 놓고는 매일같이 둘이서 나와 학의 목을 쓸어안는다, 등에 올라탄다, 야단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이었다.
동네 어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서 누가 학을 쏘러 왔다는 것이다. 무슨 표본인가를 만들기 위해서 총독부의 허가까지 맡아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길로 둘이는 벌로 내달렸다. 이제는 어른들한테 들켜 꾸지람 듣는 것 같은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네의 학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잡풀 새를 기어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고 날개의 새끼를 끌렀다. 그런데 학은 잘 걷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얽매여 시달렸던 탓이리라. 둘이서 학을 마주 안아 공중에 투쳤다. 별안간 총소리가 들렸다. 학이 두서너 번 날개짓을 하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맞았구나.
그러나 다음 순간, 바로 옆 풀숲에서 펄럭 단정학 한 마리가 날개를 펴자 땅에 내려앉았던 자기네 학도 긴 목을 뽑아 한번 울음을 울더니 그대로 공중에 날아올라, 두 소년의 머리 위에 둥그러미를 그리며 저쪽 멀리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두 소년은 언제까지나 자기네 학이 사라진 푸른 하늘에서 누을 뗄 줄을 몰랏다.

[따뜻한 인간성]

(나) 어린 시절 학 사냥의 추억을 회상하는 성삼

(다) "얘, 우리 학 사냥이나 한번 하구 가자."
성삼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덕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데,
"내 이걸루 올가밀 만들어 놀께 너 학을 몰아오너라."
포승줄을 풀어 쥐더니, 어느새 잡풀 새로 기는 걸음을 쳤다.
대번 덕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걷혔다. 좀 전에, 너는 총살감이라던 말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성삼이가 기어가는 쪽 어디서 총알이 날아오리라.
저만치서 성삼이가 홱 고개를 돌렸다.
"어이, 왜 멍추같이 게 섰는 게야? 어서 학이나 몰아오너라!"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 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었다.



(다) 학 사냥을 제의하며 덕재를 풀어 준 성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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